[변호사 칼럼] 계약서라고 쓴다고 계약서가 아니다
변호사로서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계약서를 보게 된다. 그런데, 잘 된 계약서는 거의 못 보고 대부분 엉터리 계약서를 많이 본다. 아무도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인들이 계약서 작성을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렇게 엉터리 계약을 체결하면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의미도 없는 계약의 내용을 믿고 상대방과 거래행위를 더 깊이 들어가 본인에게 더 해로운 경우도 많다.
이에 본 변호사는 어떤 계약이 의미가 없는 계약인지 언급해 보고자 한다.
크게 나누면 2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째, 계약내용 자체가 법에 위반되어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다.
우리 민법의 계약자유의 대원칙상 계약내용을 정하는 것은 자유다. 따라서 일반 민사계약에서계약이 법에 위반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고, 보통 회사운영을 둘러싸고 계약을 하는 경우가 법에 위반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민사계약은 민법의 계약자유의 원칙상 대부분 유효로 인정받는다. 일부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경우를 빼고…. 그러나, 회사운영 등 상법이 적용되는 계약은 대부분 강행법규이므로 법의 내용에 맞지 않는 계약을 하면 유효하지 않게 된다.
흔히 발생하는 경우가,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동업약정을 하는 것인데, 주식회사제도는 상법의 주식회사편의 규제를 받아 기본적으로 주식의 수로 회사의 지배권을 결정하고, 운영은 이사들이 한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냥 서로 누가 이사, 대표이사 하고, 언제까지 대표이사를 하며, 배당은 어떻게 하고…이런 저런 내용을 담아 계약을 한다.
그러나, 상법상 대표이사의 변경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고,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것이다. 따라서, 약정보다 상법의 규정이 우선하므로 회사의 지배권과 관련된 약정은 대부분 인정받기 어렵고 상법의 규정에 따라야만 한다.
또한, 배당은 주식회사에서 이사회 결정사항이고, 또한 주식회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배당에 관하여 약속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이렇게 법에 위반되는 계약을 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법에 위반되는 계약을 해 두고 이를 철썩같이 믿고 있던데, 안타까울 뿐이다.
둘째, 계약내용은 유효하게 인정되나,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경우이다.
계약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약속을 안지켰을 때 그 약속을 강제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계약을 잘못 체결해 그 강제력이 도출되지 않는 계약서가 너무도 많다.
대개는, ①계약내용이 명확치 않아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넣는다거나, ②정작 중요한 부분은 빼먹어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계약은 문제발생을 가정해서 해결책을 약속하는 것이므로, 그 가정적 상황을 여러가지 경우로 나누고 그 해법을 상세히 규정해야 한다. 실제 계약의 왕국 미국에서는 계약서를 매우 디테일하게 작성하여, 계약서가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런데, 우리는 계약을 하더라도 덜렁 1~2장 짜리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정도로도 충분한 계약이 있지만, 수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거래에서 1~2장 짜리 계약서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리고, 계약을 할 때 구두약속과 문서내용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계약은 서로간의 구두약속을 문서화하는 것이므로 말로 한 내용이 그대로 적혀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로 한 내용들을 문서에 모두 적지 않고 그저 개요만 적는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사기를 당하는 케이스인데, 사기꾼이 온갖 감언이설로 뭐든지 해 줄 것처럼 말은 하고서 정작 계약서를 쓸 때는 그 말로 한 내용은 안쓴 채 제시하며 도장을 받는 경우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약서를 잘 안 읽어본다는 헛점을 이용한 것인데, 매우 많은 사람들이 당한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말은 그렇게 안했다고 하소연하나… 법적으로는 안타깝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끝으로, 계약서를 잘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아무리 계약서를 잘 써도 상대방이 이를 지킬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계약서는 사실 휴지이므로, 상대방을 잘 선별해야 한다. 흔히, 돈만 밝히고 책임을 안지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과 체결한 계약은 계약서 백장을 쓰든 천장을 쓰든, 변호사를 선임하여 쓰든 본인이 직접 쓰든, 휴지라고 보면 된다. 그들에게서 돈을 받아내려면 고소 및 소송 등 온갖 힘든 고초를 겪어야 한다. 그런 후에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 계약서를 잘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