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진실이나 진실이 아닌 부분진실
“I swear to tell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나는 진실, 완벽한 진실, 그리고 오로지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미국 법정의 증인선서문이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한국 법정의 증인선서문이다.
이 둘 간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미국 법정은 “진실, 완벽한 진실, 오로지 진실”이라고 진실을 3번 나누어 반복하고 강도를 높여간다. 즉, 강조에 유용한 반복법 및 점층법을 사용해 증언자에게 완전진실을 말하도록 상당히 압박을 가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에 비하면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라고만 하여 다소 평범하다. 표현방법이라는 디테일의 차이로 증언자가 느끼는 진실에 대한 압박이 조금 다를 것 같다.
그런데, 미국 법정은 진실이면 진실이지 왜 완벽한 진실, 오로지 진실이라고 하여 그렇게 반복, 점층하며 강조할까. 그 이유는 부분진실은 배제하고 전체진실을 말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부분진실은 부분만 보면 진실이지만 실제는 진실이 아닌 속임수다. 이게 무슨 헷갈린 말이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 한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홍길동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미 그 전에 지나가던 차에 치여 한참 동안 쓰러져 있던 사람으로서 은 이미 사망한 사람을 충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 부근에 있던 김대감은 모든 상황을 목격했다. 은 가해자로 체포되어 드디어 김대감이 법원에 출석해 증언을 한다. 그런데, 평소 에 원한이 많던 김대감은 앞 상황은 생략해 버리고, 그저 이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치었다고만 말한다”. 이 사례를 보자. 김대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대감의 증언으로 은 난처한 상황에 처해버렸다. 물론, 지금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많이 발달하였고, 증인신문에는 반대신문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이 누명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나, 이를 배제한다면 일단 은 김대감의 증언으로 사람을 죽인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부분진실은 그 자체만 보면 진실이나 전체적으로 보면 거짓말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극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양심의 가책을 받는데, 이 부분진실이라는 것은 그 자체는 진실이기에 말하는 사람에게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자위도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서, 거짓을 말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덜 받고, 나름 합리적 변명도 가능한, 교묘한 거짓말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법정은 이러한 부분진실을 거짓으로 보고 전체진실을 말하게 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반복, 점층법을 통한 증인선서문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법정은 증인의 증언에는 반대신문권을 보장해 주고, 증언외에 다른 여러가지 증거를 통해 사실을 밝히며, 그 기회는 당사자들에게 공평히 주어지므로 부분진실을 통해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진실을 통한 사실왜곡은 법정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곳곳에 있으며, 그 사실왜곡은 법정과 달리 반대신문도 보장되지 않아 그대로 진실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의 왜곡보도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언론은 전체진실을 말해 사실이 왜곡되지 않게 할 사회적 책임이 있으나, 간혹 어떤 의도가 개입된 때에는 사실을 앞,뒤 짤라 부분만 말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진실을 잘못 알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이를 문제 삼으면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과거의 예를 들어보면, 작년 아이폰5가 나오기 직전 신문에서 미국에서 갤럭시3가 아이폰을 제쳤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 자체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당시 아이폰은 5가 나오기 직전이므로 구매자가 구매를 늦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점은 말하지 않는다. 이는 삼성이라는 광고주를 위해 부분진실을 말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작년 여직원 수사에 대한 경찰의 수사결과발표는, 국가기관이 부분진실을 전체진실처럼 만들어버린 케이스로서 대단히 충격적인 경우다. 그 당시 경찰의 “ 직원이 댓글 알바를 한 사실이 없다”라는 발표는 진실이었다. 그 당시까지 밝혀낸 것 자체가 아예 없었으니까. 그러나, 전체진실은 아니었다. 당시의 전체진실은 “아직 수사는 초기단계이고 극히 일부만 조사하였는데 발견된 것은 없으며, 이후 수사는 계속 될 것이다” 이었으므로, 그렇게 발표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부분진실을 전체진실처럼 만들어 버렸다.
결론적으로 부분진실은 거짓이다. 미국 법정은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이를 선서문에 명시한 것이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온갖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제대로 보고 들어야 한다. 신문과 뉴스를 매일매일 본다고 사회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왜곡된 정보로 인해 사회를 잘못 볼 수도 있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고, 전체진실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하겠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에도 팍팍한 세상인데, 거짓말까지 구분해내야 하니 더욱 더 피곤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