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재판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평가받는 것이다
변호사로서 재판을 하다보면, 우리국민들이 재판에 임할 때 마치 전투를 하듯이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많이 본다. 기본적으로 재판을 전쟁과 비슷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물론, 재판은 상대방과 법리와 증거싸움을 하는 것이니 기본적으로 전쟁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지만, 이는 사실 오해에 불과하고 재판이라는 것은 평소 얼마나 법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는지에 대해 평가받는 과정이다.
기본적으로 법치주의라는 것은 재판에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재판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최종적인 단계에 불과하며, 일상생활에서 구현되는 것이 법치주의다. 법치주의 적인 삶이라는 것은 항상 타인과의 거래를 할 때 법을 의식하고 법적문제가 없게해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분쟁이 생겼을 때 손해보지 않게 사전에 조치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리고, 원래 법이란 것은 그렇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따라서, 평소 법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잘 한 사람이 법정에서 당연히 유리하고, 평소 법에 무관심해서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은 불리하게 되는데, 바로 그 평가가 재판인 것이다. 평소 법에 전혀 무관심하게 살았으면서도, 마치 전쟁치루듯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린다고 하여 이기는 것이 재판이 아니다.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도 이미 법에 무관심하여 과거에 분명 소홀히 한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재판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재판은 과거 당신의 행적을 증거로 증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 기본적으로 과거지향적이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되돌이키려면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컵에 담는 것과 같은 것인데, 어디 쉽겠는가?
미국은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가 우리보다는 훨씬 나아, 재판전에 증거개시제도를 통해 쌍방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교환한다. 즉, 얼마나 법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사전에 쌍방이 자발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증거가 부족한 쪽은 자신의 법적인 과오를 인정하고 미리 항복하거나 합의하여 재판까지 가지도 않는다.
이렇게 재판이라는 것은 평소 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유리하고, 무관심했던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돌아간다. 법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은 재판패소를 통해 수업료를 내고 법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끝으로 정리하면 재판은 결코 전쟁이 아니다. 단지 당신의 과거 법에 대한 관심과 그 관심에 따라 당신이 행한 행적을 평가하는 절차일 뿐이다. 변호사는 그런 당신의 행적을 대변해 줄 뿐이고, 당신의 행적이 법적으로 부족하다면 보완할 수 있는 범위에서 보완해 줄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