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고액소송과 전관예우를 통한 정치력 싸움
작년도 법률신문 기사에 따르면 변호사 10명 중 9명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 종사하는 변호사들이 전관예우에 대하여는 누구보다도 잘 알텐데 90% 정도라면 실제로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 나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며, 없다고 생각하는 10%는 전관이라고 본다.
보통 소가 1억 이하의 사건들은 승패가 모두 이해가 되고 수긍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수행한 이런 사건들의 경우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보통 3,4억원 또는 5억원 이상 고액소송은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많다.
그냥 본 변호사의 법률적 이해부족이라면, 저액소송과 고액소송 모두 이해가 안되는 비율이 같아야 하는데, 저액소송의 경우 거의 99% 이해가 된다면, 고액소송의 경우 변호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거의 50%이하의 신뢰율이다. 증거가 매우 많고 확실하여 이길 것으로 확신한 소송도 지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소송들이 상급심으로 가면, 상대방이 또 그러한 대응을 하면 여전히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가 승소에 자신만만하여 대응을 안하면 뒤바뀌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억지 판결이기에 당연하겠지만....
내가 겪은 전관예우 의심 수억원~수십억원의 고액사건들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물론 모든 사건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매우 의심이 되는 사건들의 경우다.
1. 먼저, 보통 판사가 준비서면에 없는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매우 의심스럽다. 특히, 상대방측이 법정외에서 쓰던 용어나 합의조건들을 판사가 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사전에 접촉했다는 강력한 방증아니던가. 이런 사건들의 경우 대개 결과도 좋지 않았다.
2. 그 중 최악의 경우는 너무 뻔하게 상대방 편을 들어주는 경우다.
- 대부분의 경우 편을 들어줘도 너무 드러내놓고 하면 이상하니 증거신청은 적당히 받아주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증거가치에서 편을 많이 들어주긴 한다. 이 경우도 재판진행 느낌이 별로 안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그 느낌을 모르겠는가..변호사들이 얼마나 스마트한데, 이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상이 아니지...
- 때론,아예 증거신청도 안 받아주고 신속히 재판을 종결시키는 경우가 있다. 내가 겪은 이런 종류 어떤 사건의 경우 승소를 거의 확신한 사건인데, 재판진행이 너무 이상해서 재판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준비서면을 냈더니 법원에서 재판장이 째려보며 자기를 못 믿느냐라고 하더라. 참 믿을 짓을 했어야 믿지. 그러면서, 우리측 증거신청을 자기가 안 받아준 기억이 없다고 한다. 준비서면에서 핵심자로 지적한 자로서 명백히 증거신청을 했는데 변론조서에 기재가 누락되었다고 했더니...기억이 안난댄다..
(참고로 변론조서의 증거신청기각 기재는 항소심에서 중요한 싸움의 근거가 되므로, 기재가 반드시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증인신청을 받아주었는데, 증인신문사항을 냈더니 내용이 너무 많으니 줄이라고 하면서 출석한 증인도 돌려보내고, 다시 기일을 잡더라. 보통의 경우 증인신문사항을 생략해 가면서 묻게 하는데도...참, 지금 생각해도 재판이 아니라 개판을 겪은 듯하며,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실제 부당한 일을 당하면 가해자는 잊겠지만, 그 당사자는 평생 그 가해자의 이름을 기억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최소한 어느 누구 한 사람에게는 판사로서 대접도 못받고 평균 이하의 인간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나도 벌써 4년전의 저 사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앞으로도 쭉 기억되겠지.
결국 그 사건은 1심에서 패소했고, 당연히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당연히 우리 승소다. 상대가 1심 승소를 너무 믿어서인지 대응을 좀 허접하게 했고, 내가 사건에 들어가기도 전에 확신했던 사건으로서 사건내용이 너무나 뻔한 사건인지라 당연히 이겼다(참고로 항소심부터는 우리도 어쩔수 없이 전관을 썼다. 이렇게 고비용구조를 부추기는 것이 전관예우의 폐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상고하여 대법원갔더니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선임되면서 사건을 1년이 넘게 묵히면서 항소심을 뒤짚는다. 사실인정에 개입하는 방법으로...참 살기 피곤하다.
내 이러한 경험에 의할 때, 나는 전관예우가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고액소송의 경우는 더더욱 확신한다. 전관의 경우 절차진행의 편의는 너무 쉽게 봐주고 있고, 사건내용에서도 증거의 증거가치를 단순히 못믿겠다는 한마디로 부정하여 사실관계를 꼬아버리는 경우도 매우 허다하다.
3. 검찰전관예우 사건의 경우는 더더욱 최악이다.
이 검찰은 조직체의 단결성이 뛰어나서인지, 전관예우도 확실하다. 내가 겪은 사건의 경우 젊고 아직은 때가 덜탄 여검사가 무혐의결정한 사건을, 때탄 사람들이 대리를 하더니 무려 1년이상 장기간 검찰항고로 조사하면서 기소했다.
그 항고수사기간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그 수사에 변호인으로 동참했더니, 검사가 고소인보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지 좀 말까지 대놓고 하더라...뭐 청탁이 있었음을 자백한 꼴이지. 그래서 기소를 안할지 알았더니 여지 없이 기소하드라... 기소내용은 횡령인데...단 한번도 그러한 공소장을 본 적도 없고, 판례도 없는 희한한 기소사건이었다. 그런데, 1심에서는 선고기일을 잡더니 뭔가 이상해서인지 변론을 재개하고 검찰에 뭘 요구하더니 유죄란다. 그런데, 판결문 내용을 여기저기 변호사들에게 보여줬더니 판결문의 법리조차도 이해가 안된단다. 그냥 소설같은 판결문이라는 것이지.... 참 답답허다. 현재 항소심 진행중인다. 어쩔수 없이 전관을 썼다... 또 고비용구조를 부추기는 짓을 한것이지...법원이..
이 사건은 회사관련 사건이라 우리측과 상대측이 모두 잘못한 것이 있어, 우리측은 자수하고, 상대측은 처벌해 달라고 고소했더니... 범죄가 안되는데 자수했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더니 전부 다 무혐의처리... 범죄가 안되는데 자수하는 사람도 있단 말인가? 세상의 법논리는 법서와는 다른것이겠지...아마도..
실제 변호사들 대상 전관예우 90%의 존재라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나왔듯이, 업계는 이러한 전관예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래서, 때론 자기가 선임되더라도, 별도로 로비용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한다. 원포인트 릴리프라고나 할까? 나도 많이 쓴다. 이제 막 개업한 전관변호사들의 경우 이런 원포인트 릴리프로 써달라는 의미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변호사에게도 명함을 많이 돌린다. 나도 매우 자주 받는다.
이러한 전관예우 사건의 상대방이 되면 의욕이 상실된다. 왜 변호사 일을 하는지 자괴감은 물론, 판례나 사실관계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일도 안하고 로비력을 키울 궁리를 하거나 하루 빨리 업계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법률적 능력보다 우리사회에서 만연하는 연고주의를 추구하게 되거나, 직업이탈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다면 전관예우란 결국 법원이 연고주의를 부추기고 능력개발은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전관예우 때문에 변호사를 그만둔 사람도 내 주변에서 봤고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서 전관예우가 없다는 공허한 외침을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눈가리고 아웅하는가? 아니면, 눈뜨고도 아웅하는가? 아마 눈뜨고도 아웅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