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불안정은 에너지를 낳고, 균형은 소멸을 낳는다
우리가 휴대폰, 전기차 등에 많이 쓰고 있는 리튬배터리 얘기를 해 보자. 리튬배터리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를 너무 닮아서 칼럼까지 써 본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세계는 겉보기엔 정밀한 공학의 산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과 사회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든 원자들이 그렇하듯이, 리튬도 전자를 품고 산다.
그러나, 리튬의 전자는 늘 불안정하다.
리튬의 작고 가벼운 핵은 전자를 강하게 붙잡을 힘이 부족해, 전자는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느슨한 결합이 바로 에너지의 씨앗이다.
전자가 양극의 금속이온(Co³⁺ 등)에 유혹되어 집을 떠나는 순간, 리튬은 리튬이온(Li⁺)이 되고, 그 불균형의 긴장 속에서 전류가 태어난다.
리튬이 전자를 완전히 붙잡았다면, 전기에너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충전으로 리튬은 다시 전자를 받아들여 안정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리튬의 전자는 외도를 좋아하여, 또 외도를 하면서 전기를 일으킨다.
이렇게, 리튬에서 전자의 외도와 재결합은 전기에너지의 발생원리다.
완벽한 균형, 완전한 결합은 정지다.
불안정이야말로 운동을 만들고, 운동이야말로 생명을 만든다.
이 원리는 인간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
부부 관계를 떠올려보자.
서로 다른 두 존재가 평생 함께한다는 건, 결코 정적인 평화가 아니다.
이해와 오해, 다툼과 화해, 이별과 재결합이 반복된다.
그 불안정한 순환이 관계를 살아 있게 하며, 끊임없는 긴장과 이완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에너지다.
갈등이 전혀 없는 부부는 이미 멈춰버린 관계다.
갈등이란 파괴가 아니라, 두 사람이 다시 맞춰가는 에너지의 형태다.
자연의 리튬이온이 전자를 떠나보냈다가 다시 되찾으며 전류를 만들어내듯, 인간의 관계도 떨어졌다 붙는 진동 속에서 에너지를 낳는다.
리튬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만들듯, 우리도 불완전하기 때문에 삶에 에너지가 공급된다.
하지만 불안정이 통제를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튬전자가 잠깐의 외도가 아니라 산소라는 거대 바람둥이와 만나 격렬한 반응을 일으킬 때, 그 사랑은 폭발로 끝난다. 우리가 가끔씩 보는 휴대폰 배터리 폭발, 전기 자동차 배터리 폭발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잠깐의 갈등은 갈등으로 끝내야지 궤도를 벗어나는 정도의 갈등은 관계의 파멸을 낳는다. 리튬배터리 불이 잘 안꺼지듯이, 이 정도의 부부관계의 폭발은 거의 꺼지는 일이 없다.
불안정은 에너지를 낳지만, 그 에너지가 조율되지 않으면 파괴가 된다.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법칙은 다르지 않다.
모든 존재는 균형을 향해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만 에너지가 생긴다.
완벽한 안정은 죽음이고, 적당한 불안정은 생명이다.
리튬은 여전히 전자를 기다리며 세상을 밝힌다.
그 불안한 기다림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원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