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8

[변호사 칼럼] 신처럼 판단할 수 있게 만든 제도는, 제도의 불신을 초래한다

법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그 불완전한 인간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판단자는 감시받지 않고, 제도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자리에서 신격화가 자란다.

그리고 신이 된 제도는, 결국 아무도 믿지 않는 제도가 된다.

처음엔 사법부였다.

그 다음은 검찰, 행정부, 언론, 그리고 각종 독립기구들이었다.

권한을 감시할 장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장치를 작동시킬 책임자는 없다.

제도는 스스로의 합리성을 믿고, 시민의 불신을 ‘이해 부족’이라 치부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만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그들만의 세계는 자기 안에서 돌아간다.

동료의 판단을 비판하지 않고, 외부의 목소리를 경계하며, 스스로를 가장 합리적이라 믿는다.

이 세계에선 오판보다 체면이 두렵고, 오류보다 권위가 중요하다.

자기반성 대신 자기정당화가 지배하는 사회.

그곳에서 진실은 토론이 아니라 결재로 결정된다.

문제는 그들이 그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판단이 행정이 되고, 판결이 되고, 정책이 되어 결국 사회 전체의 질서로 확장된다.

신처럼 판단하는 제도는, 인간처럼 살아가는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생각이 한쪽으로 기운 이익집단이 사회 전체의 ‘정당한 사고’의 기준을 정해 버린다. 그 순간, 자유로운 사회는 사라지고, 권위의 언어만 남는다.

제도가 신뢰를 잃는 이유는 오류 때문이 아니다.

오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이 된 제도는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 없는 권력은 점점 폐쇄적 이익집단으로 변하고, 그 이익집단은 국민 위에 군림한다.

법과 제도가 다시 인간의 것으로 돌아오려면, ‘완전한 판단’을 향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

모든 제도는 오류를 전제로 작동해야 한다.

그 오류를 드러내고 수정할 수 있는 구조, 즉 견제와 균형의 재건이야말로 제도를 다시 믿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신처럼 판단할 수 있게 만든 제도는 결국 스스로 신을 잃는다.

제도를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는 일, 그게 오늘의 진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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