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2

[변호사 칼럼] 계약서 안 쓰는 나라와 법치주의

믿었기 때문에 계약서는 없어요...
계약서 쓰자고 하면 싫어할가봐...
갑, 을 관계인데 계약서 쓰자고 어떻게 해요...
계약서는 어디서 양식하나 얻어서 그대로 이름만 바꿔서 써 넣었어요...
계약을 하긴 했지만, 사정이 생겼는데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나요...


이런 이야기는 본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의뢰인들로부터 수없이 듣고 있는 이야기다.
분명히 약속은 했는데, 계약서는 없단다...
분명히 계약서는 서로 썼는데, 지키지 못하겠단다...

우리나라는 분명 헌법아래 무수히 많은 법이 존재하는 법치국가이고,
법치국가의 기본은 당사자간의 계약 및 그 계약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우리 현실은 계약과는 동떨어진 세계이다.
정에 약하고, 보이지 않는 힘싸움이 지배하다보니,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계약서를 써도 자기에게 불리한 사정이 생기면 취소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계약서 쓰는 것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은,
대기업에서나 있는 일이고, 개인들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중소기업도 그냥 사내에서 알아서 해결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구두약속도 계약이고, 법적으로도 계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구두약정을 주장하면 분명 상대방은 그런말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결국 구두약정이 있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지는 것이다.

계약취소에 있어서도, 계약을 일단 했으면 아무리 부당하다고 할지라도,
사기에 의한 계약, 강박에 의한 계약, 착오에 의한 계약 등이 아닌한 취소할 수 없는 것이고,
반사회질서적이거나,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계약이 아닌한 무효도 아니다.

즉, 불리한 계약이라고 해도 일단 계약서에 도장찍으면 원칙적으로 지켜야 된다.



이러한 현실의 세계와 법률적인 세계와의 괴리...

우리나라가 서양적인 법치제도를 도입한지 이제 불과 50여년이다..
아직 법치초보국가이니 괴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법치국가로 가려면 수십, 수백년 세월의 시행착오의 과정과,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법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신뢰다.
법이아닌 신뢰에 의하여 유지되는 사회는 거래비용을 최소화시켜 엄청난 사회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우리는 정에 기반한 민족으로서 기본적으로 이러한 신뢰에 의한 관계에 강하다....
다만, 그러한 신뢰가 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바로 법치다.

법치가 없이는 신뢰가 없다. 법치없는 신뢰는 사기범만을 양산할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사기치기 좋은 나라가 한국이라한다.
그 원인은 법치가 확립되지도 않았는데, 신뢰 즉 정에는 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치주의가 바로선 후에야, 신뢰에 의한 사회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법치주의 기본이 서로간의 약속인 계약서를 쓰고, 지키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약속의 준수에서부터 신뢰사회로 가는 길은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