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인생과 재판에서 입증책임원칙
▲ ⓒ뉴스웨이 법률자문위원 이진화 변호사
(뉴스웨이 법률자문위원 = 법무법인 한백 이진화 변호사)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한자 숙어가 있다. 뜻 풀이를 하면, 명마(名馬)도 백락(伯樂)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 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위 한자숙어만큼 세상의 이치를 잘 표현해 주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세상에 능력있는 사람들은 많으나 그 능력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해 능력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왜냐하면, 선택권자의 입장에서는 그 자질이라는 것이 무형의 것이라 누가 명마의 자질을 가졌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명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기 때문에, 선택받고 싶은 명마 스스로 그 자질을 눈에 보이는 방법으로 선택권자에게 명확히 제시하여 자질을 입증해야만 비로서 명마로 보이는 자를 선택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자신이 명마의 자질을 갖췄더라도 선택받으려면 선택권자의 선택기준에 맞는 외형적 모습은 갖춰야 하고 그러한 외형을 제대로 못 갖추면 명마의 자질은 꽃피우지도 못하게 된다 . 대학생들의 스펙경쟁이 바로 명마로 인정받으려는 행동의 적나라한 예일 것이고, 보다 확장시킨다면 기업들의 무한광고, 정치인들의 자화자찬 쇼들도 최소한 선택권자의 눈에 띄여보려는 행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재판도 마찬가지이다. 법률용어로서 입증책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의미는 재판에서 이기고 싶으면 객관적인 증거를 대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재판에서 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재판에서 아무리 자신이 정당하다고 말로 외쳐봐야 객관적인 증명자료가 없으면 질 수 밖에 없다. 즉, 자신이 아무리 명마라고 외쳐봤자 소용없고, 명마의 자질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만 명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재판에서 증거가 부족하면 대학생들이 스펙이라도 갖추듯이, 하나하나 증거를 찾아가고 만들어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에는 변호사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판에서 소시민들의 행태는 아직도 “나는 명마다”라고만 외치고 있을 뿐이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한편, 명마의 자질이나 자신의 법률적 정당성에 대한 입증책임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명한 백락의 존재일 것이다.
아무리 입증을 열심히 해도 진정한 명마의 자질을 판단할 능력이 백락에게 없다거나, 백락이 명마를 일부러 외면하고 로비나 친분관계에 의하여 명마가 아닌 자를 선택하게 된다면, 그런 사회의 앞 날은 너무도 뻔할 것이다.
나아가, 백락들은 그 입증의 방법에 있어서도 정량적인 평가기준이 아닌 정성적인 평가기준을 도입하여 좀 더 명마의 자질 판단기준을 세심하게 다듬어 일시적으로 명마의 자질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자를 솎아 내야만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명마인척하는 행태로 문제되는 것이 바로 선행학습인데, 돈들여 선행학습을 하여 동급생들보다 먼저 알았다고 하여도 절대 명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인 바, 이런 가짜 명마들은 철저히 솎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명마를 선택하여 그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우리 사회의 앞날을 밝을 것이다.
/글,사진=이진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