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석궁사건을 바라보며
현재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가 화제이고, 최근 본 변호사는 그 주인공 김교수가 한겨레 tv 에 나와서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사건에 대해 이미 사건이 법적으로 확정된 현재에도 석궁을 쐈느냐? 자체부터 논란이 있는데, 본인은 그 사건에 대해 언론보도 외에 아는 바 없고, 또한 본인이 사실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으므로 그 문제는 차치하고, 뉴욕타임스에서 나타난 그 교수님의 재판을 바라보는 시각, 법원과 검찰에 대한 시각에 대하여 변호사로서 왜 그 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지 한마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뉴욕타임스에서 그분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역시 수학과 교수답게법을 과학으로 이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법학은 기본적으로 논리학이기 때문에 그 학문의 내용이 자연과학과 상당히 비슷하다. 따라서, 자연과학 중에서 가장 논리성을 요하는 수학자 입장에서 보면 법률사건도 논리적으로 정답이 나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또한, 그 정답은 논리적으로 정확한 것이니 이견이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1. 과연 법적판단도 수학과 마찬가지로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2. 논리적으로 답을 내리는 법적 판단은 왜 항상 말이 많은가, 3. 어떻게 하면 시끄러운 말이 안 나올 수 있을까.
1. 먼저, 법적판단도 수학처럼 정답이 존재하는가?
결론을 먼저 말하면 “법적 판단은 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이다. 그리고, 그 원인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변수에 있다.
(1) 수학적 문제해결은 숫자라는 변치 않는 요소를 가지고 논리판단을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니, 문제가 어려워서 답을 못 내는 경우는 있어도 숫자가 변하기 때문에 답이 안 나오는 경우는 없다.
(2) 그러나, 법적 문제해결은 ①사람이 벌인 사건에 대하여, ②수사관이라는 사람이 법적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에 대하여, ③다시 법관이라는 사람이 그 증거가 적법절차로 수집되고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를 판단하며, ④그렇게 거르고 거른 후 최종적으로 적법하게 수집되고 믿을 만한 증거만을 가지고 사실을 인정하여, ⑤다시 법관이 그렇게 인정된 사실이 법에 위반되는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 과정들을 보면 보면 모든 절차에 사람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논리공식에 넣어야 하는 요소에 있어, ①수학은 그 요소가 항상 정해져 있으나,②재판은 사람이 하기에 따라 그 요소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그 변수가 어떻게 정해지냐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다고 하자.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유일한 증거는 살해 도구인 칼이고, 그 외 직접증거는 없고 살해시각에 그 현장에 같이 있었다는 등 몇 가지 정황증거만이 있다.
이 사건에 결론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 첫째, 사건초기 수사관이 영장없이 집을 뒤져 살인의 도구인 칼과 칼에 묻은 지문을 확인하였을 경우, 판사가 그 위법수집증거를 증거로 배제하고 정황증거를 인정 안 한다면 무죄이다.
- 둘째, 위 경우에서 판사가 칼은 증거로 배제하더라도, 정황증거만으로 살인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리면 유죄이다.
- 셋째, 처음부터 수사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칼을 수집했으면 유죄이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법적판단은 사람이 하기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올 수 밖에 없다.
2. 다음으로, 논리적으로 답을 내리는 법적 판단은 왜 항상 말이 많은가,
이 문제는 변수에서 기인한다. 즉,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인데, 그러한 불완전한 존재들이 완벽한 수사와 법적 판단을 할 수 없어 변수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 변수들이 사회통념 즉, 우리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때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자.
(1) 먼저, 실제로는 범죄자가 아님에도 위와 같은 변수에 의하여 범죄자가 되는 경우로서, 사람의 잘못으로 사람 하나 인생 망가뜨리는 경우이다.그 예는 매우 많지만 문제될 수 있는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사단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경우로서, 그 수사관들의 표현에 의하면 “조서에 폭탄을 심어 놓는다”는 것인데,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자꾸 죄를 인정되는 쪽으로 질문하여 예, 아니오 식으로 답변을 유도하면 나중에 조서를 보면 틀린 말은 없는데, 영낙없이 범죄자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재판단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경우는, 재판관이 죄가 되는 쪽으로만 진행하는 경우인데, 웬만한 수사과오는 덮어주고, 반대되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봐 버리고, 죄가 되는 쪽으로만 사건을 몰아가는 경우이다. 아마 김교수의 하소연도 이 지점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내가 직접 변호한 실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애인관계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법정재판까지 비화된 경우인데, 죄명은 폭력행위등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흉기휴대협박)이고, 결과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6개월로 해두자.
이 사건에서 여자가 헤어지자고 하니 남자가 칼을 들고 협박했다고 하여 시작된 사건으로서, 증거는 칼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여자의 고소장과 경찰진술밖에 없었으며, 그 여자는 법정에 와서는 경찰진술을 번복하여 칼을 들고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럼에도, 법원은 경찰진술만을 믿고 위와 같이 판결이 나왔다. 더구나, 여자의 경찰진술도 여자의 말을 그대로 적은 것이 아니라 조서에 폭탄을 심어둔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이 사건은 애초 사건직후에는 고소도 없다가, 남자가 여자에 대한 보복감정으로 여자의 직장에 과거 자신과의 성문제를 알려 고소가 된 사건이다.
물론, 나도 내 눈으로 직접 현장을 본 것이 아니니 뭐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그 여자를 만나보고 나의 의뢰인의 말을 들어본 결과 나는 99.9% 무죄라 생각한다. 나의 의뢰인이 실제 무죄였다면 경찰이 조서 작성시 폭탄을 심어둔 것, 법원이 여자의 법정진술 번복에도 불구하고 경찰진술을 그대로 믿었던 것 등 사람이 하는 일의 잘못으로 인하여 생사람 잡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원래 법원칙상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이익으로 하여야 하고, 그러한 정황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유죄가 되었다.
이렇게 사람이 하기에 따라 무죄인 사건이 유죄가 되며, 그렇게 됨에 있어 법원칙이 애매하여 재량의 범위에 속한다고 인정되어 버리면 합법적인 유죄가 되는 것이다.
(2) 다음으로, 실제로는 범죄자인데도 위와 같은 변수에 의하여 범죄자가 안 되는 경우로서, 소위 수사기관의 봐주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경우이다. 이 문제는 위 (1) 보다 훨씬 더 많고 문제도 심각하다. 그 예는 매우 많지만 문제될 수 있는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 먼저, 수사단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경우는, 수사관을 매수되어 수사를 안 하거나, 능력부족 또는 사건이 많아서 수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아예 법원까지 가지도 않아 유,무죄의 판단도 없는 경우인데, 현실적으로 범죄자를 봐주는 격이 되어 문제가 심각하다.
수사기관이 수사단계에서 고소인을 제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모든 증거를 고소인에게 제출하라는 경우인데, 수사관 입에서 이 정도 말이 나오면 그 고소는 이미 포기해야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나) 다음으로, 재판단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경우는, 위 (1)의 경우와 반대로 법관이 지나치게 증거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증거능력을 인정 안하거나, 상식과 논리칙에 벗어나서 인정해야 하는 사실도 인정 안 하는 경우이다.
본 변호사가 겪은 바로는 이상하게 돈 많은 사람들의 사건은 증거채택과 사실인정에 매우 까다롭다. 항상 법원이 이러면 좋은데, 그 사람들의 사건에는 특히 더 그렇다. 또한, 그 사건의 변호사들이 대형법무법인이나 소위 전관이라면 왜 그렇게 까다롭게 판단하는지에 대해 매우 많은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다) 이렇게 사람이 하는 일은 100% 완벽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도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사람들의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변수가 발생하는데, 그 변수가 사람에 따라, 사건에 따라 차별이 있는 “고무줄 변수”라면 이 때 시끄러워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 고무줄 변수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재량의 범위내라면 할말은 없다만, 그 재량의 범위내라도 어떤 사건은 재량의 하극단, 어떤 사건은 재량의 상극단이라면 용인될 수 있을까. 김교수의 불만도 이러한 재량의 폭이 너무 자의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3.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시끄러운 말이 안 나올 수 있을까.
답은 역시 변수에 있다. 고무줄 변수를 철사줄 변수로 바꾸면 된다.
변수를 줄이는 측면도 두가지가 있는데, ①첫째, 법적 절차적인 측면에서 변수를 줄이는 것이 있고, ②둘째, 사람의 판단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줄이는 것이 있다.
(1) 먼저, 절차에서 변수를 줄이는 것은, 그 절차에 대하여 엄격한 매뉴얼을 만들고, 그 매뉴얼대로 한 것만 인정하고 벗어난 것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여기서 매뉴얼은 법이다. 법을 좀 더 엄격하게 가다듬어, 사람들의 해석에 따라 좌우될 우려를 줄이는 것이다. 특히, 사람의 인신을 다루는 형법, 형사소송법 분야는 더더욱 그러하다.
여기서 미국의 한 사건의 예를 들어 보겠다.
1960년대에 소녀를 유괴하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자수한다. 범인의 변호사는 경찰관에게 자신과 만나기 전에는 아무런 수사도 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그런데, 범인을 호송하던 경력 20년 베테랑 형사는 피의자의 양심에 호소하여 시체를 묻어 둔 곳을 알아낸다.
그러나, 미국 연방법원은 그러한 양심에 호소한 시체발견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탈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선고한다.
나는 위 사건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미국과 법절차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위와 같은 사건은 절대 유죄다. 물론, 미국에서도 논란은 컸고, 여론은 유죄였다. 그럼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건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절차를 엄격히 세워 자의적 남용을 줄여 형사사법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의도이다. 이 판결 후 경찰관의 업무수행이 훨씬 더 철저해 지고, 범죄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훨씬 철저해 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이렇게 절차적으로 변수의 여지를 줄이면, 재판에 대해 승복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2) 다음으로, 사람의 판단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줄이는 것인데, 이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이 부분은 양심과 가치관의 문제인데, 이는 수사단계에서는 수사관의 자질의 문제일 것이고, 법원단계에서는 법관의 자질의 문제일 것이다.
현재 많이 바뀌긴 하였는데, 법조계는 소위 “소년법관”이라고 어린 나이에 법관이 되고,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우스운 생각이 있다. 경쟁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이니 그 경쟁의 승리를 자랑으로 여기는 듯하나, 사회적으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법적기술만 익힌 어린사람에게서 올바른 판단이 나올 수도 없다.
따라서, 최소 10년이상의 경력자 중 철저한 질적심사를 통하여 법관으로 선발해야 하고,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정년도 보장하여 상급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나아가 변호사개업도 금지하여 퇴직 후 법관들의 판단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3권분립의 한 축이면서도 투표와 관계없이 구성되어 국민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관 정도는 민주적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투표를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다만, 바로 실천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으니, 당분간은 법관들에 의한 선출로 하다가 나중에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사나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그 실수의 효과는 그 당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아프다. 그러하기에, 철저한 법규정이 있어야 하고, 철학과 가치관이 뛰어난 사람이 법절차를 운용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한마디… 당신이 누구를 억울하게 하면 그 사람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당신을 기억한다. 당신은 그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