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1

[변호사 칼럼] 현실에서 바둑9단과 아마9단은 동등한 급수다

바둑에서 프로9단과 아마9단은 같이 바둑을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나마나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프로9단도 재미도 배울 것도 없기 때문에 아마9단과는 바둑을 두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보나마나 뻔한 바둑경기가 현실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발생한다. 삶이란 전쟁터에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간에는 다양한 무기를 갖춘 경쟁우위자와 순진한 경쟁열위자들이 인생바둑을 두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더구나, 이러한 인생바둑에서는 프로9단은 아마9단과 바둑을 두려고 혈안이다. 심지어 바둑을 두려고 자신의 실력을 숨기는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왜냐하면 아마9단의 호주머니에서 쉽게 돈을 빼낼 수 있으니까…

실제, 법률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온 순진한 사람들이 영악한 사람들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인생 프로9단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인생 아마9단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이 많은 것이다. 한마디로 사기도박과 같은 것인데, 인생에 급수가 어디 있던가. 교과서적인 원칙만을 따지는 법에서야 성인들이 거래를 했으면 동일급수의 사람들이 자기책임의 원칙하에 거래한 것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간의 생존경쟁에도 반칙을 쓰면 안되므로 예외적으로 반칙자들을 처단하기도 하나, 일반인에게 법은 너무도 멀고 험한 수단인 것이 현실이고, 또한 대개의 경우 법은 순진한 사람들보다는 영악한 거래를 한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칙자들의 처단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일단 내 호주머니가 털리면 법을 운운해 봤자 소용없고, 그대로 게임끝! 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인간적으로 선량하기만 해서는 인생이란 전쟁터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도덕적, 인간적 선량함과 동시에 영악해야 한다. 더구나, 법이라는 룰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법치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영악해져야만 한다.

영악하다는 말은 내것을 꼭 움켜주고 어떠한 투자, 거래도 없이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똑똑해 지라는 말이다. 교과서적인 지식은 기본이고, 많은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사람과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결정하며, 왜 함정에 빠져들며, 어떻게 돈은 움직이는지 등에 대하여 다각도로 생각해 보고 경험해 보아야 한다.

명심하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삶에서 모든 결과의 1차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법이라는 최소한의 룰일 뿐이고, 그 최소한의 룰도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 법을 이용해 순진한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겁박하는 수단은 될 수 있을지언정 문제해결의 최종적인 수단은 될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류에 약하고 정에 의존하여 거래를 많이 하여 애초 법적 보호대상이 아닌 경우도 많고, 또한 우리나라 법은 사람을 가리기도 하며, 또한 제도상 명의신탁, 차명거래 등 남의 이름을 빌려 거래하는 것에 매우 관대하여 재산은닉 때문에 강제집행이 어려우므로, 법을 믿고 순진하게 거래했다가는 그대로 인생나락의 길로 빠질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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