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우리나라 배심재판제도에 대한 단상
한국식 배심원 재판제도가 시행된 지 어언 4년 반이 지났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 재판에서 배심원 재판을 시행한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배심원 재판제도가 무엇인지는 미국영화 속의 재판장면에서 접해서 알고는 있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영화에서 재판장면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아서인지, 우리 국민들의 다수는 우리재판의 현실을 모르고 미국식으로 활발한 법정 다툼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우리나라 법정영화에서도 미국식으로 재판장면을 표현한 경우가 많아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우리나라 재판은 서면중심주의 재판이라 법정에서는 미리 제출한 서면을 바탕으로 간단한 공방만이 이루어진다.
본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초기 단계였지만, 앞으로 더 활발히 사용될 배심원 제도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배심원 재판제도라는 것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실시하는 제도로서, 모든 재판이 아니라 형사사건 중 살인, 강도 등과 같이 중한 죄에 한하여, 또한 피고인이 원할 경우에만 실시한다. 그리고, 배심원이 유∙무죄의 평결을 내리지만, 그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어, 판사가 뒤집을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실제 운영결과 배심원과 판사가 결론을 달리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배심원 재판에서 배심원들의 역할은 그 사건에 관하여 변호사와 검사의 공방을 지켜보고, 누구말이 맞는지에 대하여 자신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여 배심원들간의 토론을 거쳐 유, 무죄의 평결을 도출한 후 판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구체적 예를 든다면, 살인의 흉기가 발견되지 않고 정황만 있는 살인사건이 있다고 할 때, 검사는 비록 살인도구는 증거로 없지만 피고인이 살인범일 수 밖에 없는 정황증거들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하고 유죄를 주장할 것이고, 변호사는 정황증거들의 헛점을 주장하며 피고인이 살인범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살인을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반대로 설명하여 무죄를 주장할 것이며, 배심원들은 검사와 변호사의 설명을 들은 후 유,무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식이다.
이런 배심원 재판제도가 갖는 장점은, 사실의 인정여부를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 하므로, 그 재판결과가 국민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법불신이 많이 해소되고, 재판결과에 승복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에 있다. 지금까지는 판사 혼자만 검사와 변호사의 말을 듣고 사실여부를 판단하였지만, 그러나 사실의 문제는 엘리트 판사든, 일반인이든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배심원이 사실을 판단하여도 크게 무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판사 혼자서 판단하다 보니 재판의 불공정을 의심하는 경우도 많아, 그 보완책으로 매우 훌륭한 제도라 본다.
그런데, 사실 배심재판의 진정한 장점은 위와 같은 점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에게 진정 살아있는 법치교육을 한다는 점에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법을 존엄한 것으로 여기기는 커녕, 재수없으면 걸리는 것, 걸려도 돈 좀 쓰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크며, 법치주의 국가임에도 법은 나와 무관한 것이라는 무관심속에 있다가 법적사고를 크게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판에 실제 참여해서 보고 느끼면 준법정신, 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질 것은 자명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남의 일에 관여하기를 싫어해 가까운 사람이라도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달라고 부탁하면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법불참의 결과 밝혀질 진실도 가려지고 그 반사이익으로 위법이 횡행하여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배심원의 경험은 그러한 사법참여에 대한 꺼리낌도 많이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준법정신이 투철하지도 않고, 법에 대한 무관심이 크며, 사법참여도 저조한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제도로서, 본 변호사는 배심원 재판제도를 민사재판까지 확대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민사재판은 형사재판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띄지만, 일부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도입된 지 4년여가 된 배심원 제도를 소개해 보았다. 우리나라에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에 사법부에서는 많이 꺼려 했다고 하는데, 배심원 제도는 사법부의 영역침해가 아니고 그 영역을 오히려 국민들 속으로 확대해 나가는데 있는 것이므로, 사법부는 이를 꺼려할 것이 아니라 향후 더욱더 발전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