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
[변호사 칼럼] 법의 보수성은 게으름인가, 물리적 숙명인가?
우리는 흔히 법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그런지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이 칼럼에서는 뉴턴의 관성의 법칙과 힘의 법칙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 본다.
우주의 원리는 하나로 관통한다. 인간사회의 법도 우주의 법칙을 적용받기 때문에 그 원리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1. 관성의 법칙: 법은 왜 가던 길로만 가려 하는가
뉴턴의 제1법칙, '관성의 법칙'은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물체는 원래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원리다. 법의 세계도 이와 똑같은 원리가 흐르고 있다.
판례와 관습이라는 궤도 위에 올라탄 법은 별도의 충격이 없다면 어제와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나아가려 한다. 이를 법학에서는 '법적 안정성'이라 부른다.
이런 안정성은 사회적 예측가능성을 위해서 필요하기도 한다. 만약 법에 관성이 없다면, 우리는 내일 아침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될지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법의 관성은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거대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2. 가속도의 법칙(a = f/m): 변화하려면 큰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도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높이는 '개혁'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단계로 넘어가려면 매우 힘들다. 이는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으로 설명이 된다. 이 법칙으로 우리는 왜 법을 바꾸는 게 그토록 힘든지 수학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f(힘) = m(질량)×a(가속도)
a(가속도) = f(힘) / m(질량)
현대 사회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복잡한 가치관이 얽혀 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법이 짊어진 질량(m)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거워 진다.
위 공식에서 보듯 분모인 질량(m)이 커질수록, 웬만한 힘(F)으로는 변화의 속도인 가속도(a)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우리가 법의 변화가 '느리다'고 느끼는 건, 사실 우리 사회의 질량이 그만큼 무겁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법은 언제 비로소 움직일까? 바로 분자인 '힘(F)'이 질량의 저항을 압도할 만큼 커질 때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경우 인데,
첫째가 국민적 에너지가 응집될 때이다. 낱개의 힘은 약하지만, 시민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 거대한 '국민적 에너지'가 형성될 때, 비로소 무거운 질량을 움직일 만한 압도적인 F가 발생하여, 헌법도 개정되고,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법률들이 개정되는 것이다.
둘째가 외부의 강력한 충격이 있을 때이다. 때로는 경제 위기나 거대한 사회적 사건 같은 '외력'이 법체계라는 암석을 강타해야만 비로소 관성의 궤도를 이탈해 새로운 방향으로 가속도를 얻게 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도 같은 것이다.
3. 나가며
결국 법이 보수적인 것은 그 자체로 결함이라기보다, 거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갖는 자연스러운 특성이다.
우리가 법을 바꾸고 싶다면, 단순히 "왜 안 변하냐"고 외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흩어진 에너지를 모아 질량(m)을 이겨낼 만한 유효한 힘(F)을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때론 100만 서명운동도 하는 것이고, 언론과 유튜브에서 떠들어서 국민들에게 부당성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우주의 원리로 인간의 세상을 이해하여,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