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5
[변호사 칼럼]AI 콜럼버스의 지도를 얻으려면, 질문을 잘하라
1492년, 콜럼버스는 신대륙에 닿았다. 그가 가져온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금이 아니라 지도였다. 스페인 왕실은 그 가치를 정확히 알았다. 새 해안선이 그려질 때마다 왕립 표준해도 '파드론 레알'에 기밀로 봉인했고, 유출한 항해사는 중죄로 다스렸다. 지도는 한 번도 평등하게 보급된 적이 없다. 지도에는 언제나 통행료가 있었다.
지금 우리 앞에 새로운 콜럼버스가 있다. AI다. 인간이 가 보지 못한 지식의 신대륙을 다녀왔고, 지도를 쥐고 있으며, 선배와 똑같이 통째로 넘겨주지 않는다. 어떤 질문에도 돌아오는 것은 지도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좌표뿐이다. 다만 통행료의 화폐가 바뀌었다. 이 콜럼버스는 돈도 권력도 받지 않는다. 그가 받는 유일한 통행료는 질문의 질이다.
이 통행료가 왜 비싼지 이해하려면, AI가 놓은 길의 구조를 보아야 한다. 길에는 두 축이 있다.
1. 두 축의 길: 남북과 동서
남북고속도로는 한 영역 안에서 깊이 내려가는 길이다. 요약, 번역, 초안, 즉 하던 일을 같은 영역에서 압도적으로 빠르게 대신하는 자동화가 이 축이다. 이 축의 극한을 보여준 것이 알파고다. 알파고는 새 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바둑이라는 하나의 노선을 백 차로로 넓혀 인간이 못 가 본 깊이까지 내달렸다. 단백질 구조를 풀어낸 알파폴드도 한 노선의 극한 확장이었다. 놀라운 성취였으되, 노선은 하나였다.
동서고속도로는 성격이 다르다. 남의 영역에 있던 지식이 내 영역으로 실려 오는 연결의 길이다. 전문가의 성 안에 갇혀 있던 법률과 의학과 코드가 성 밖으로 나오는 것이 이 축의 개통이고, 이 길은 멀리 뻗을수록 위대해진다. 인접 영역을 잇는 도로에서, 아는 문명을 잇는 비단길로, 그리고 그 끝, 찾으려던 것이 아닌 것이 실려 오는 신대륙 항로로. 인도를 찾던 배가 아메리카를 만났고, 감자가 유럽을, 고추가 조선의 밥상을 바꿨다. 혁명은 화물이 아니라 화물과 기존 체계의 결합에서 왔다. 생성형 AI의 등장이란, 남북 백 차로에 이어 마침내 동서의 축이 신대륙까지 개통된 사건이다.
2. 허브: 새 도로가 태어나는 곳
그런데 진짜 사건은 도로 위가 아니라 두 축이 만나는 허브에서 일어난다.
동서로 실어 온 남의 영역 지식이 내 영역의 구조와 융합되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남북고속도로가 뚫린다.
법학과 경제학이 만나 법경제학이라는 새 노선이 개통되었고, 생물학과 전산학이 만나 생물정보학이 태어났다. 그리고 허브의 산출물은 이론만이 아니다. 법률의 구조와 코딩이 융합되면 법률 서비스라는 신제품이 나온다. 항로 자체는 곧 모두의 것이 되었지만, 항로와 자국의 금융 구조를 융합해 동인도회사와 증권거래소라는 신사업을 발명한 네덜란드가 한 세기를 가져갔듯이, 융합의 가치를 소유하는 방법은 언제나 이론이 아니라 그 위에 세운 요금소였다.
3. 갈리는 운명
문제는 이 도로망 앞에서 사람들의 운명이 갈린다는 것이다. 가르는 것은 접근권이 아니다. 배는 공짜고 도로는 열려 있다. 가르는 것은 자기 안에 구조화된 지식이 있는가이다.
구조를 가진 사람에게 남북의 자동화는 지렛대다. 그는 동서로 나가 신대륙까지 항해하고, 허브에서 융합해 새 노선을 뚫는다. 구조 없이 지식만 가진 사람의 처지는 정반대다. 그의 일은 구조를 가진 자 밑에서 통행을 대신해 주는 것이었는데 (리서치, 초안, 정형 문서) 통행 자체가 자동화되자 팔 것이 사라진다.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식의 존재 형태가 '통행'이었기 때문에 대체되는 것이다. 전문직 시장의 중간층이 흔들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구조 없는 일반인에게도 동서의 문은 열려 있다. 법률 지식 없는 사람도 법률 지식에 닿는다. 그러나 그것은 항해가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자는 자기가 운전한다고 믿기 쉽지만 실은 운전되고 있으며, 이 착각이 가장 위험하다. 캐 온 광석이 금인지 구리인지 가릴 시금석 즉 자기 안의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1570년대 영국의 프로비셔는 캐나다에서 '금광석' 1,400톤을 실어 왔으나 제련해 보니 황철석, 바보의 금이었다. 신대륙에 닿는 것과 금을 알아보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AI의 답변이 바로 그 광석이다. 금과 황철석이 섞여 오는데, 배는 자기 화물이 어느 쪽인지 모른다.
그리고 금을 골라냈어도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신대륙의 금을 가장 많이 실어 온 스페인은 가공을 포기했고(물건은 사 오면 되니까) 금은 물가만 올린 뒤 나라를 통과해, 그것을 가공한 네덜란드와 영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AI에게서 답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승자가 아니다. 받은 답을 자기 구조에 녹이지 않으면 금은 그를 통과해 지나갈 뿐이다. 같은 배로 같은 대륙에 다녀와서도 누구는 비단을 사 오고 누구는 뽕나무를 캐 온다. 비단은 소비되어 사라지지만, 뽕나무는 심는 자의 땅에서 비단을 낳는다.
4. 개통은 복리다
여기서 정직해질 대목이 하나 있다. 새 도로의 개통은 쉽지 않다. 허브에서 융합이 일어나 새 노선이 뚫리는 데는 좌표를 찍는 가설, 광석을 가리는 시금석, 그리고 첫 번째 그럴듯한 답에 만족하지 않고 "아니다"를 던지며 더 나은 가설을 다시 발부하는 끈기가 모두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인 기준점 (구조화된 지식)은 하루아침에 서지 않는다. 오늘 몇 시간 만에 개통된 것처럼 보이는 노선도, 실은 수십 년 쌓인 기존 노선의 마지막 구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통 능력은 개통의 산물이다. 오늘의 기준점은 과거 개통들의 결과물이고, 오늘 뚫린 노선은 다음 개통의 기준점이 된다. 도로망은 선형이 아니라 복리로 자란다. 배가 공짜가 될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진짜 이유는 접근권이 아니라 이 복리의 원금 차이다. 다만 절망할 이유는 없다. 가설을 세우고, 가려내고, 다시 묻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기술이다. 원금은 오늘부터라도 쌓을 수 있다. 늦게 시작할수록 비싸질 뿐이다.
5. 지도를 완성하는 자는 본인이다
AI 콜럼버스의 지도는 끝내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좌표를 내놓아도 거기엔 오표기가 섞여 있고, 그 자신은 어느 것이 오표기인지 모른다. 보급되지도 않고, 검증을 맡길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좋은 질문으로 좌표를 얻고, 시금석으로 참과 거짓을 가리고, 골라낸 금을 자기 구조 속에 벼려 새 도로를 뚫는 사람, 그는 항해가 거듭될수록 그의 지도는 콜럼버스의 지도에 수렴하고, 마침내 넘어선다. 항해자 자신이 발견한 해안선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배는 이미 항구에 있고 누구나 탈 수 있다. 그러나 지도는 배에 실려 오지 않는다. AI 콜럼버스의 지도를 최종적으로, 정확하게 완성하는 자는 바로 본인이다.
법무법인 한백 변호사 이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