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7
[변호사 칼럼] 아인슈타인을 삼킨 미생물: ‘알파무비 2’ 이론으로 본 헤일 메리 프로젝트
1. 창의성의 위기, ‘대전제’의 이동에서 답을 찾다
현대 창작의 세계는 포화 상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은 이제 클리셰를 넘어 절망에 가깝다. 하지만 필자는 저서 『AI시대 사고의 정석-유추』를 통해 한 가지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바로 ‘알파무비 2’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간단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거대한 물리적 대전제를 아주 작은 개별적 소재에 ‘강제로 대입’하여 영화의 소재를 얻는 것이다.
2. ‘알파무비 2’ 이론: 거대 우주를 작은 유리병에 담는 법
우리가 흔히 아는 유추는 두 대상 간의 비슷한 구조와 원리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Domain A (거대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열역학 법칙 등 인류가 발견한 우주의 절대적 대전제.
Domain B (미세 소재): 미생물, 먼지, 일상의 소품 등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작은 실체.
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영역을 강제로 매핑(Mapping)할 때, 비로소 ‘경이로운 서사’가 탄생한다. 추상적이고 거대한 법칙이 구체적이고 만질 수 있는 실체로 치환되는 순간, 관객은 지적 쾌감과 본능적 공포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물론, 현실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나, 영화는 가능하다.
3. 『프로젝트 헤일메리』: E=mc2이라는 괴물을 만난 미생물
최근 앤디 위어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 극장에 나왔다. 공교롭게 내가 『AI시대 사고의 정석-유추』책을 출간하기 직전에 나왔는데, 그 영화는 내 책의 알파무비2 이론의 적용 그 자체였다.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여기에 등장하는 외계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는 알파무비 2 이론이 구현된 최고의 사례다.
작가는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인 E=mc2이라는 거대한 우주의 대전제를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생물에 강제로 주입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나? 단순한 벌레가 ‘살아있는 핵연료’가 되었고, 태양 에너지를 질량으로 바꿔 저장하는 ‘우주적 배터리’로 재탄생했다. 거시 세계의 법칙이 미시 세계의 생명체에 이식되자, 독자들은 공식으로만 접하던 상대성 이론을 ‘태양을 갉아먹는 재앙’이라는 생생한 실체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강조하는 ‘유추’를 통한 발견의 기술이다.
4. AI 시대, 왜 우리는 이 ‘강제적 유추’에 주목해야 하는가?
AI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는 데 능숙하지만, 서로 다른 차원의 도메인을 강제로 결합하여 새로운 원리를 도출하는 ‘통합추론적 비약’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조란, 이미 존재하는 우주의 원리를 발견(가추)하고, 이를 전혀 다른 영역에 대입(유추)하여, 논리적인 서사로 집행(연역)하는 과정이다.
변호사로서 필자가 마주하는 ‘법정’ 또한 사회적 대전제가 개별 사건이라는 실험실에서 충돌하는 공간이다. 법리와 물리는 다르지 않다. 거대한 원칙을 작은 사건에 어떻게 투영하느냐에 따라 판결의 깊이가 달라지듯, 거대한 물리 법칙을 작은 소재에 어떻게 투영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차원이 달라진다.
5. 결론: 사고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다
알파무비 2 이론은 단순한 창작 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구조적 렌즈’다. 우주의 원리는 이미 존재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원리를 낚아채어, 예상치 못한 곳에 강제로 심는 용기를 내는 것뿐이다.
※ 곧, 출간될『AI시대 사고의 정석-유추』에는 알파무비 1이론도 있다~ 이 이론은 기생충 같은 영화의 소재를 얻는 원리에 대한 것이다.
법무법인 한백 변호사 이진화
